해품달


Aㅏ... 해품달...ㅋ 해품달 재밌네여.. 원작 소설도 다 읽어서 내용도 다 알고 있으면서 ㅋㅋㅋㅋ
왜 이렇게 재밌냐, 몰라요, 빠졌어요, 망했어요, 으앜..ㅠㅠㅠㅠ
내가 어쩌다 양명한테 낚여버려서는 ㅋㅋㅋㅋ 특히 저 비 가려주는 씬을 보고는.. 또르르 ...

사극에서(사실 이걸 사극으로 쳐야 한다는 것도 개그지만) 순정마초 드립 치는 것마저
왜 귀엽냨ㅋㅋㅋ아니 오글거리는데, 진짜 오글거리는 거 맞는데 ㅋㅋㅋ으아니 근데 왜 귀여움요.
양명민호는 혼자 있으면 애틋하고 짠한데, 유정이 옆에 있으면 뭔가 오빠 돋아서 설렌당
근데 그냥 민호는 남자애 같고 귀엽다*''* .. ㅋㅋㅋㅋ다시 반복하는데 망했으요orz
오늘 아침에 축구부 주장 사진 보고는 오 하나님 맙소사를 외쳤다 ㅋㅋㅋㅋ

이러지 마ㅠㅠㅠ 나...난 그런 남자애 같음에(이게 뭔지는 나도 정확히 표현 못함)
약하다곸ㅋㅋㅋㅋ 축구부 주장이라니 오 세상엨ㅋㅋㅋ 브이 하는 사진도 있어, 응앜ㅋㅋㅋ

아니 사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우리 이쁜 유정이랑 양명이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행복했으니'_T
아역 배우들 다 지나가면 가인이 언니(..♥) 비쥬얼이나 살짝 감상하고
이제 끝내야지! 했는데 ㅋㅋㅋㅋㅋ



전ㅋㅋㅋㅋㅋ하ㅋㅋㅋㅋ 말도 안돼 ㅋㅋㅋㅋ 이훤이 이렇게 멋있을 리가 없어..
나 이훤 별로 안 좋아했는데! 소설에서는 염이 오빠한테 발리느라 그랬고, 아역일 때는
(진구가 귀엽다고는 생각했지만) 양명군한테 발리느라! 별로였는데!! 그랬는데!

므얔 도대체 이게 므얔... 왜, 왜 이렇게 멋지고 난리얔ㅋㅋㅋ
양명민호가 가서 쓰다듬어주고 싶은 po모성애_자극wer이었다면 전하는
ㅠㅠㅠㅠ아 미친 왜 이렇게 멋있고 지..난리야! 같은 느낌ㅋㅋㅋㅋ

ㅠㅠㅠ시니컬하면서 자뻑 쩌는 것도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게 독설하는 것도 그렇고,
문득 문득 냉소적으로 구는 것도 그렇고, 예쁜(중요) 중전 비웃는 것도 그렇고,
아주 보란 듯이 능청 맞게 께이 드립 치는 것도 그렇고 ㅋㅋㅋㅋㅋㅋㅋ
다 너무 좋아ㅠㅠㅠ 너무 좋아서 짜증 날 지경ㅡ"ㅡ 아 왜 저는 공부를 해야하는데 이렇게
막 멋있고 그러시죠? 왜 그러시는 거죠?

아니, 솔직히... 이젠 이쯤 되니까...
나 공부해야하는데 이훤 왜 이렇게 포텐 터지냐ㅡㅡ 짜증나네ㅡㅡ 가 아니라
이훤이 저렇게 멋있는데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함ㅡㅡ? 이 되려 한다고 ㅋㅋㅋㅋㅋ
결론:: 전 망함 
 
남자 중의 남자 전하를 진짜 궐 안의 어느 놈이든 제발 쫌 엮어주고 싶은데 다행히
끌리는 커플링이 없어서 다행이다. 진짜로, 진짜로 다행이다. 이훤 전하처럼 끝내주는 공을
냅두고 아무하고도 못 엮어야 한다니 이거 참 슬픈 일이지만 내 인생을 위해서는 다행이당..

일우씨한테 정 붙이면 당연스레 훤양명 루트를 탈 것 같으니 조심해야지.
일우씨가 싫은 건 아닌데 난 민호가 더 좋당.. 연기라던가 케미라던가 그런 거에 사실 딱히 불만은 없는데
다만 양명군이라면 눈썹이 더 두꺼웠음 좋겠어요! 는 개드립.. 그냥 민호랑 유정이 조합이 말도 안되게 좋았엌.

사실 이렇게 빠심 돋는 글을 써놓고 마무리를 이렇게 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캐릭터만 놓고 볼 때 내 커플링 취향은 허염x양명 정도인 듯. 물론 아역ㅇㅇ
각각 성격만 놓고 보면 아주 마음에 드는 훌륭한 조합인데 정작 화면에서 붙어 있으면 그냥 그래.. 쩜쩜

편안한 마음으로 훤월 정도나 소심하게 응원해 봐야지.

여덕 일 기



여유 있어지면 여덕용 블로그라도 하나 파고 싶다으다으다으다으...
정수정은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이쁜가!
대한민국에는 왜 이렇게 예쁜 애가 많은가!
나는 도대체 싫은 건 뭘까!
ㅋㅋㅋㅋㅋ

그리고 왜 임윤아는 자꾸 생머리를 해서 날 얼빠로 만드나ㅡㅡ 행복하게 ㅡㅡ ... ♡
아, 그리고 나는 심심타파 임초딩 좋아해...
한번만 더 해줘여... 다른 언니들 무서우면 내 앞에서만이라두...ㅎㅎ*

폴더에 자꾸 아갓씨들 직찍이 쌓여가는데.. 이러다 포맷 당할까봐 무서워서라도
얼른 N드라이브든 USB든 옮겨 놔야겠다. 허허허

글 정 리 일 기



어? 여기는 샤이니 아닌데;;;^^;; 그러나 귀여우므로 짤.
하나하나 정리하기 귀찮다고 몽땅 다 비공개로 해놨던 글 중 몇 몇개를 공개로 돌리고,
예전에 써서 뿔뿔히 흩어졌던 글들 데리고 왔습니다.
옛날에 썼던 거라 엄청 창피하고 오글거리지만 검색 결과를 보니 아직 옛날에 쓴 글들과
관련된 검색어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들어오셨다가 다 비공개여서 뭐지?_? 하시는 일 없도록 거의 다 공개 상태로 해놓았습니다.

비담 카테고리에는 드라마 '선덕여왕' 팬픽션과 더불어 RPS 도 쬐금 있으니 주의해주시구요^▽^;
해리포터 카테고리지만 사실 그냥 친세대 관련 글들만 있습니다. 특히 제시리...
etc. 에는 그냥저냥 소소한 것들이 있습니다. 제목이나 도입부에 미리 무슨 글인지 써놓았으니
거부감이 있을 것 같다..! 싶은 건 피해주세요^▽^

새해를 맞이하여 조금씩 바꿔놨더니 뿌듯뿌듯합니다.
다들 2011년 잘 마무리하시고, 2012년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 비담 팬 동맹 비단잉어에 가입했습니다.

[형종비담] 毗曇


[잔상으로부터의 위로] - 091013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아침이었다.

단지 의자에 비스름하게 걸터앉아 상을 찌푸리고 있는 남자의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더 구겨져 있었지만. 비담은 꽤나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감,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지, 평소랑 똑같은데. 어째 좀 …….
간밤에 꿈자리가 사나웠나.
 

그렇게 멀거니 중얼거리다가 문득 언뜻 스쳐지나가는 기억의 한 장면에 비담은 자기 이마를 내려치고야 말았다.

아 맞다! 꿈!!


 

*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검을 칼집에서 빼다, 넣다 탁탁 소리를 내며 손장난을 쳐도 이미 땅끝까지 추락한 기분이 좋아질 리 없었다. 정말 밥 생각도 들지 않아 방에 틀어박혀 간간히 욕지거리만 입에서 나올 뿐이었다. 스스로를 처연하고 가엾다 여기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겠지만, 지금 자신의 모습은 정말 불쌍해보였다. 그 조차도 자신이 한 잘못의 대한 벌이라 단정해 버리면 할 말은 없어졌지만.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승부 조작 따위. 공주가 이루어 낼 대업의 비한다면 그 정도는 봐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완벽한 길이라는게 있단 말인가. 한참을 돌고 돌아, 바른 길로 정당한 길로 간다고 해도 결국 누군가 하나는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그럼 그 때는 어떻게 하게? 그 불만을 다시 듣고, 고치고, 다시 돌아가게? 그렇게 해서 어느 천년에 대업을 이루냔 말이다. 비록 이루기 어려운 것이 대업이라 스승님께서는 말씀하셨지만, 비담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그런 길은 이루기 어려운게 아니라 이룰 수 없는게 대업이라는게 더 그럴 듯 해보였다. 그렇게 자기 주장을 꼼꼼히 되새겨 봐도 평소처럼 의기양양하게 자기합리화를 통해 간단히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아마…….


젠장 난 잘 해보려고 한 거였단 말이야!
 

그 누구에게도 내뱉지 못한 변명이었다. 정말이다. 잘 해보려고 한 것 이었다. 일이 그르칠 줄은 생각도 못했으며, 설령 무언가 조금 잘못 되더라도 이렇게까지 비난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 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을 엄히 바라보던 덕만 공주의 눈도, 분노로 소리치던 유신랑의 목소리도, 알천랑의 원성이나, 아직 멀었다 말씀하시는 스승님의 훈계 모두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었지만. 역시 가장 압권은 미실 새주의 말이라고 비담은 생각했다.

 

가장 인정하기 싫은건 미실의 말들 중 무엇 하나 완벽하게 아니다! 라고 반박할 수 있는게 없었다. 나는, 나는. 공주님께 잘 보이고 싶었던 것은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주군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은 자가 어디 있던가? 물론 그 것이 미실의 말대로 연모인지 아닌지까지는 차마 고민하고 싶지도 않을만큼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어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투정부리는 아이라니.
 

내가 그랬던건가. 정말 나를 보아달라고 구차하게 그리 말하고 있었던건가. 그런데 혹시 그렇다 하여 그게 그렇게 조소를 당할만큼 나쁜 것인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날 버린 어미에게 나는 여기있다, 당신은 날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이렇게나 자존심이 상해 버둥거려야 할 정도로?
 

관자놀이부터 찡하게 아파오는 두통에 상을 찌푸렸다. 눈을 감고 잔뜩 찌푸려진 미간을 꾹꾹 손가락으로 누르며 일단 조금 쉬자, 머리를 비우고 조금 쉬자. 비담은 그날 밤 그렇게 애써 잠을 청하였었다.
 

*

"이게……, 이게 뭐야."

그 곳은 비재장이었다. 유신이 풍월주가 되는 순간 환호로 들썩이던 뜨거운 열기는 온데 간데 없이, 지나가는 낭도 하나 없이 한적하게 텅 빈. 내가 왜 이 곳에 있는거지? 의식을 좀더 명확히 차리려는 순간 멀찍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담랑이십니까."


먼 발치에서 천천히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매끄럽게 잘 차려입은 비단 옷에, 귀족이나 할 수 있는 값 비싼 장신구를 한 남자의 낮은 목소리는 어쩐지 귀에 익은 것이었다. 누구, 누구야? 아니 날 어떻게 아는거지? 그렇게 말을 하려고 하는데 어느새 가까이 온 남자는 조용히 손목을 그러잡는다. 커다란 손은 자신의 것과는 다르게 덜 거칠어 보이고, 잘 정리 되어 보였다. 놓으라며 손을 뿌리치려는데 어느 순간 가까이 붙은 듯한 남자가 속삭여 온다.


"비재에서 있었던 일은 소식 들었습니다."
"……너, 누구냐."


"마음이 많이 언짢으실 것 같아 걱정되어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이리 만나게 되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구냐니까."
"다치셨다는 발목은 괜찮으신겁니까. 의원에게는 보이셨나요."

"야!"


소리를 버럭 지르는데도 눈 앞에 있는 얼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이게 정말! 이를 으드득 가볍게 갈았다. 하지만 주먹부터 내지를 수 없는 이유는 손목을 잡고 있는 손, 아니 그 손이 생각보다 더 따뜻하여 그런 것이다. 오히려 남자는 양쪽 눈을 접으며 웃음을 보였다. 눈 웃음 위에 덧그려지는 쌍커풀이 너무나 익숙해 비담은 다시 자기 기억을 뒤집어 봐야 했다. 자신을 품에 안는 남자의 팔에 다시 머리가 하얗게 되긴 했지만.
 

"이 새끼가 뭐하는……!"
"제가."


단호한 음성이다. 비담의 말을 멈추게 하더니 품에 안은 비담의 뺨에 자신의 뺨을 마주비비고는 다시 속삭여 온다.

 

"제가 누구인지가 중요합니까."
"누군지도 모르는 놈을 어떻게 믿어."


"당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 있더라도 당신은 그들의 신뢰를 받지 못할 터인데 그게 의미가 있습니까."


"……뭐?"

"결국 저 밖에 없지 않습니까.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세상에 오직 저 하나 뿐일 터인데. 그런 제가 아니라면 대체 다른 누군가에게서 위안을 얻으시려 하시는 겁니까."

 

가볍게 등을 쓸더니 곧 머리칼 사이로 손을 넣어온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어깨를 토닥이며 나는 당신에 곁에 있겠노라고 속삭인다. 비담은 그 품에 파고들어 눈을 감았다. 먹먹한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 네 이름이 뭐지? 남자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대답했다.

 

"……형종(炯宗)."


*


아. 하고 멍하니 비담은 탄성을 내질렀다. 맞아, 그런 꿈을 꿨었다. 드문드문 기억이 끊기긴 했지만. 하여튼 별 청승을 다 떠는구나, 고개를 몇번 저었지만 그래도 생각은 그 석연찮은 꿈으로 향했다. 그녀석 왠지 낯이 익었지.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그놈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분명히 본거는 같은데, 그런데…… 입고 있던 옷도 꽤 비싸보이는 놈이었는데. 그런 놈을 내가 어떻게 알지?


에라, 모르겠다.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고. 그냥 개꿈이라고 생각하지 뭐. 그의 길고 마른 손가락이 근처에 떨어진 거울을 잡았다. 무의식 중에 거울을 들여다 보다 그가 다시금 아아, 하고 허탈한 웃음 소리를 내고 만다.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흐릿하던 기억이 더 명확해졌다. 꿈 속에서 본 이의 얼굴이 이제서야 떠올랐다. 낯선 이의 품이 왜 그리 편하였는지의 대한 이유도 간단해지고 말았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서툴게 한번 쓸어내려 보고는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환히 미소를 지었다. 왠지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께서 날 버리지 않았다면, 난 그렇게 크는건가? 한참을 키득거리다 그만 거울을 던져 버렸다. 날카로운 소리가 듣기 싫게 퍼졌다. 형종, 형종이라. 불현 듯 울컥 울어버리고 싶었다. 결국 밤새 그를 위로해 주었던건 허무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잔상. 내가 믿을 수 있고,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건 결국 나 하나 뿐이란건가. 다정스레 속삭이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아른거리는 것 같아 비담은 채 울음이 되지 못한 웃음을 내뱉고야 말았다.



[조각글] - 091124

한참 동안이나 몽롱한 기분인 듯 남자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곧 자신을 쳐다보고는 정신을 차리고, 그제야 상황 파악이 완료 된건지 인상을 빡 썼다. 그 것이 재미있어 쿡쿡 웃자, 벌떡 일어나 한대 칠 듯이 다가와서는 멱살을 그러잡고 거칠게 묻는다.
 

"넌 또 왜 나타났어!?"
"그 이유를 제게 물으시면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비담랑께서 저의 꿈을 꾸신 것이 그 이유니까요. 뒤이어 말한 대답에 할 말을 잃은 것인지 꽉 잡고 흔들던 멱살을 휙 놓는다. 열은 뻗치는데 차마 표출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몹시도 재미있었다. 이를 까득까득 갈며 성질을 내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물었다. 반은 궁금해서, 또 나머지 반은 조금 더 약을 올리고 싶어서.
 

"무엇이 그렇게도 화가 나시는 겁니까."

"왜, 네 놈은 잊을만 하면 꿈 속에 나타나고 지랄인건데!"

"제 의지로 되는 일도 아닌데, 그 것을 저에게 따지시면 저로서는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사는 세상과, 비담랑께서 살아가는 세상은 만날래야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이공간입니다. 어느 한 쪽이 만나길 원한다고 만날 수 없단 말입니다. 비담과 형종은 같지만 다른 존재이니까요. 다만 어떤 특수한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이렇게 무의식의 상태 속에서나마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겠습니까? 

길게 이어지는 설명에, 갈라진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열심히 듣더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장 묻는다.


"그래서, 그 조건이라는게 뭔데?"
"모릅니다."

"뭐?"

"혹시 알게되더라도 별로 알려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안다는거야 모른다는거야!?"

역시나.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 길고 마른 손가락을 단단히 모아 만든 주먹이 꽤나 단단해 보인다. 한숨을 푹 쉬고는 열이라도 좀 식히라는 생각으로 옆에 있는 부채로 슬슬 바람을 만들어주며 한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모릅니다. 태자 형종, 거짓을 입에 담지는 않습니다. 또한, 설령 알게되더라도 그걸 비담랑께는 알려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 왜!"

"그 조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시면, 비담랑께서는 저를 만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조건이 충족되지 않도록 행동하실 것 아닙니까."


이,이,이 개새끼가!!

있는대로 욕을 하며 날뛰는 모습은 결코 보기 좋다고 할 것은 못되었지만, 그래도 제법 색다르고 신선했다. 태자로 살아온 이십여 년동안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거친 욕설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무례한 언사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벼락 맞아 죽여버려도 시원 찮을 새끼가! 꿈 속이라서 별 수 없는거지, 넌 벌써 뒤지고도 남았어!!"
"하지만 말입니다, 비담랑."

"기분 나쁘니까, 이름 부르지 마!!"


"저라도 비담랑을 아끼고 귀애하니, 오히려 다행이 아닙니까. 저마저도 당신을 부정했으면 당신은…"


그제야 빽빽 악을 쓰던 것을 멈추고 휙 고개를 돌려 얼굴을 마주본다. 커다랗게 떠진 눈에는 불신이 가득하다. 한마디 대꾸도 없이 내쉬는 숨소리가 가여울 지경이다. 정말로 약점을 찔러버린걸까. 그는 다시 불같이 화를 낼까, 아니면 그런 애정 따위는 필요 없다고 비웃을까. 설마 울어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그의 반응을 가늠할 수가 없어 그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나와 같은 존재, 그런데도 그는 이렇게나 나와는 달랐다. 그의 약점을 모두 파악한 나의 앞에서는 그의 모든 방어수단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가볍게 건들였을 뿐인데도 곧 산산히 깨어져 부서질 것 같은 남자에게 다가가 팔을 벌렸다. 이를 갈며 분노로 가득 찬 표정의 그였지만, 곧 별 수 없이 품에 안겨올 것 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꿈에서 만난거라서 주먹도 안 먹혀, 칼도 안 먹혀 비담이는 그저 속 타서 죽고. 퀭한 모습으로 절에 나타나 일천배를 하고 있는 비담이를 보고 깜짝 놀란 스승님 or 공주님이 "네가 절에는 어인 일이냐?" 하고 물으면 수척해진 모습으로 대답하는겁니다. "꿈 속에 악귀가 나타나지 않게 해달라 빌고 있습니다." 그럼 그날 밤 형종이가 나타나 막막 놀리면서 "이제는 부처님마저 당신을 돕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담랑. 이를 안타까워 어찌합니까?" 또, 분명히 자기랑 얼굴은 같은데 성격은 딴판인 비담이가 좋아서 밤마다 오늘도 비담이가 꿈에 나타나게 해주세요, 기도하는 형종 왕자님.


[승호남길] 오락실 毗曇


※RPS 주의


"15번, 유 승호."


딱딱하게 언 땅에서 스멀스멀 타고 오르는 냉기에, 알록달록한 컨버스화들이 잔뜩 움츠린다. 학교 내에서 맞춤 제작이라도 한 듯이 같은 브랜드 패딩을 껴입은 애들을 보면서 남길은 인상을 팍 썼다. 체육복만 입으라고 했더니, 말은 더럽게도 안 듣지. 뭐라고 한 소리 하고 싶지만 이미 완전 무장을 한 자기 차림새로 떠들어 봤자 소용없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대신 출석부를 탁 덮으며 잔뜩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유승호 또 안 왔어?"

"오락실에 갔을걸요."


머뭇거리는 아이들 속에서 또렷한 대답이 들려온다. 현우다. 뭐라고? 그렇게 말하자 귀찮다는 듯 심드렁하게 말을 덧붙인다. 킹 오브 파이터 할 거라던데. 매섭게 들이치는 겨울바람 속에서도 오히려 더 뽀얗기만 한 얼굴에, 듣기 좋은 음을 가진 목소리가 제법 잘 어울린다. 그렇지만 그 말의 내용을 들으니 혈압이 순간적으로 다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오락실?"

"네." 

"아, 이 새끼가 진짜……! 얘 다른 수업에도 안 나왔어? "

"아니요. 유승호는 체육시간에는 원래 안 나오잖아요."

"원래가 어디 있어, 원래가. 아, 젠장. 오늘 자유시간이다! 알아서 놀다가 들어가!"


그렇게 외치고는 가장 가까운 오락실이 어디일까를 생각하며 달렸다. 유승호. 가만히 그 이름을 곱씹었다. 괘씸하기 짝이 없는 그 놈은 늘 남길에게는 제법 묘한 존재였다. 단정하고, 공부도 잘하는 주제에 어딘지 반항적인 모양새가. 그러면서도 천방지축으로 말 안 듣는 다른 놈들이랑은 달랐다. 애 같지도 않고, 어른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녀석은 어딘지 공허했다. 천진함으로도, 성숙함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묘한 틈새.


그 것은 이따금 오로지 일탈만을 목적으로 한 반항으로 나타났다. 이 고등학교로 발령이 나고 얼마 안되서, 그걸 목격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전교에서 논다는 모범생이 가출했다가 일주일 만에 잡혀 들어왔다는 소문에 교무실이 난리가 나고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불려온 녀석은 생각보다도 너무 멀쩡하게 생겼었다. 혹시 집에 무슨 일 있냐고,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지 담임에게 녀석은 담담하게도 대답했었다.

-학교에 오기 갑갑해서 그랬어요.
-승호야. 아무리 그래도 공부는 해야…
-했어요, 공부. 저녁때마다 도서관 들러서 매일 했어요. 집에 있는 교과서들 챙겨서 나갔는데, 엄마가 그 얘기는 안 했나 봐요?


뭐 저딴 새끼가 다 있냐.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는 자기 담임을 보고도, 별 다른 흔들림이 없다. 저거 상습범 아냐? 주변을 초토화 시켜놓고도 자기 혼자 차분하기만 한 것이, 참을 수 없이 아니꼬웠다. 괜한 참견은 하기 싫은데.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남길은 그 때 승호에게 물었었다.

 

 

-야. 당구장은 갔었냐?
-……네?
-당구장, 오락실, PC방. 놀만한 곳 많잖아. 가출까지 했으면서 도서관에 갔냐. 차라리 원껏 놀지 그랬어. 뭐, 넌 얌전해서 클럽 같은 곳은 안 가겠지만.


화들짝 놀라 남길에게 타박을 주는 담임을 무시한 채, 승호는 묘한 표정을 담고 남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곧 조심스러우리만치 침착하게 묻는 질문이, 아직도 남길의 귓가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도전적이지는 않았다. 반항기 역시 찾기 힘들었다. 순전히 호기심에 의한 것처럼 녀석은 그렇게 물었다. 김남길. 너 2학년 7반이지? 내가 체육 가르치겠네. 심드렁한 대답에 녀석은 교무실에 들어온 지 처음으로, 활짝 웃어보였다.


그러더니만 체육시간만 되면 이 꼴이다. 첫 시간부터 땡땡이야? 아니 대체 누가…뭐? 유승호? 당구장 갔다고? 멀뚱히 쳐다만 보는 반 아이들을 보며 남길은 허탈감에 웃어야 했다. 오냐, 이제 노는 법을 알았다 이거지? 내가 알려줘서, 내가 제일 만만했나? 미안한데 사람 잘못 봤거든. 그 길로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당구장에 가니,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옆에는 자장면 한 그릇 놓은 채로 큐대를 잡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었더랬다. 그게 벌써 몇 개월 전이야? 시간 참 빠르기도 하지.


길지도, 짧지도 않은 회상을 채 마무리하기도 전에 남길은 오락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하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놈도 놈이지만, 자기 자신도 엄청 웃긴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좀 컸다고 뻗대는, 철이 덜 든 녀석의 유치한 허세라고 생각해도 될 텐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여기기는 쉽지 않았다. 아마 그 이유는…

"야, 유승호!"


어수선한 분위기의 오락실에서 떳떳하게 교복을 입고 있는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슥 뒤돌아서 망설임 없이 눈을 마주해 온다. 눈 때문이다. 가로로 쭉 뻗어있는 눈은, 녀석의 그리 많지 않은 어른스러움 중에 하나였다. 반항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허접한 짓을 하는 주제에 놈의 눈은 진지하고 어른스러웠다. 인상을 팍 쓴 채로 가까이 다가서니, 그제야 조이스틱을 손에서 놓고는 씩 웃으며 말한다.


"일찍 찾아 오셨네요? 수업 시작한지 15분밖에 안 되었는데."


개새끼. 늘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이다. 전에 당구장 때도 이랬다. 가쁜 숨을 내쉬는 남길을 보고는 놀라기는커녕, 태연히 지가 먹던 자장면을 들이밀며 녀석은 말했었다. "드실래요? 뛰어와서 배고프지 않아요?" 너 지금 장난 하냐고, 네가 들고 있는 큐대로 두들겨 맞을 줄 알라고 남길이 으르렁거려 봤자 속 좋게 웃으며 "선생님은 당구 잘 치시죠? 몇 점이나 나오세요?"

그러니 땡땡이치다가 걸린 녀석이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 덜덜 떨기를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을 희망이라는 것을 남길은 애초에 깨달았다. 차라리 마음을 비워야지. 그래야 내가 내 명에 죽지. 못돼 먹은 새끼.


"왜, DDR 한번 뛰지 그랬어? 킹 오브 파이터가 더 재밌냐?"

"3등 했어요. 선생님도 같이 하실래요? 반대편에 자리도 비었는데."


"얌마, 이건 진짜! 내가 나이가 몇인데 너랑 이거 하고 노냐? 나 지금 너 혼내러 왔거든?"
"선생님이 저 이기면, 그럼 같이 학교로 가요. 얼른 앉으세요. 다른 사람한테 자리 뺏기기 전에."


"이 새끼가……."

"킹오파 싫어하시면. 그럼 보글보글 할래요?"

 

왼편에 있는 기계를 가리키며 묻는 모양새를 보니 농담 따먹기 할 생각은 아닌가 보다. 학교도 아닌 곳에서 때릴 수도 없고, 아니 때릴 생각도 안 든다.


"…나 돈 안 갖고 왔어. 동전 빌려 줘."

 

 

어쩌다가 또 이렇게 되어 버린 거야. 남길은 한숨이 푹푹 쉬면서도 별 수 없이 승호가 내미는 동전지갑을 잡아들었다.

오냐, 이렇게 된 거 아예 끝장을 내줘야지.



"앗싸! 내가 이겼다! 야, 뭐하고 있어? 얼른 안 일어나고? 내가 이겼잖아!"

“9판 지다가, 1판 이긴 것도 이긴 거에요?"

"한 번에 이겨야 한다는 말은 안했잖아. 냉큼 일어나, 임마."

"맛있는 거 사줘요."

 

 

뭐? 그렇게 되묻는 남길을 멀뚱히 보며 승호는 머리를 굴렸다. 괜한 욕심을 부린 건가. 작은 후회가 밀려드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싹싹하게 남길의 손을 잡으면서 승호는 말했다.


"제가 9번이나 이겼잖아요. 그러니까 맛있는 거 사줘요."
"나 원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 뭐가 먹고 싶다는 건데?"

"그건…나중에 정해요. 아무튼 사주겠다고 약속하세요. 그럼 선생님이랑 같이 학교로 갈게요."
"쯧, 오냐. 알겠으니까 일어나. 얼른 가자고. 대체 몇 시야?"

"수업 끝날 때까지 10분 남았어요. 안 그래도 다음 시간 영어라서, 들어가려고 했으니까 그렇게 화 내지 마세요."


이걸 죽여 말아.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담배를 한 개비 꺼내서 입에 물었다. 선생이 담배 피는 게 신기한지 승호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 불까지 지핀 후, 맛깔스럽게 한 모금 빨고는 잔뜩 심란한 심정으로 남길은 말했다.


"앞으로 그러지 마라. 오늘까지는 봐주겠는데, 딱 오늘까지 만이야."
"뭘요?"

머리는 좋은 놈이니 몰라서 묻는 건 아닐 테고. 인상이 다시 팍 써지는 걸 애써 참으며 찬찬히 여태껏은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다른 선생들이야 그래도 승호랑 제일 친하지 않냐, 뭐 그러는데. 그거야 좋게 둘러 댄 거지, 까놓고 말하면 네가 나 만만하게 여긴다는 거 밖에 더 되냐?" 

"만만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도대체 그러면 왜…"

"선생님 만나기 전에도 어차피 학교 다니기는 싫었어요. 재미없잖아요. 공부야 학원이나 도서관에 가도 할 수 있고.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느껴야 하는 곳이라고 부모님은 말하시지만. 그러시지만 결국 학교로 가면 다들 공부만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얌마,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지."


공부하다가 남은 시간에 학교 다니기 싫은 이유 연구만 했나. 사뭇 진지한 표정의 승호를 보면서 남길은 혀를 쯧쯧 찼다. 너희 부모님도 맘고생 심했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경이 쓰였다. 어차피 이놈 앞에서 선생 체면 버린 것도 오래고. 솔직하게 그냥 다니기 싫으면 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데. 그런데도 왠지 남길은 그것만은 막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교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길은 담배 연기를 한번 훅 뱉어냈다. 그리고는 학교 다니는 것 정도로 힘든 것도 못 참아서 어떡하려고 그러냐? 같은 식의 꽤나 지겨운 훈계로 타이르려고 하는데 녀석이 냉랭하게 말을 받는다.

"비효율적인 것까지 참을 필요는 없잖아요."

"내가, 내가 지금 선생이라고 너한테 억지로 이런 말 하는 줄 아냐? 그런 거 아니야, 임마. 사제지간이고 뭐 고를 떠나서, 그냥 난… 난 네놈이 꼬박꼬박 학교 나왔으면 좋겠어. 학교를 꼭 다녀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그냥 그랬으면 좋겠다고. 아씨. 뭔 말인지 알겠냐?"

“…대충요.”
“제대로 알아들은 거지?”

“선생님은 저 엄청 좋아하시는구나.”


에이씨, 그걸 어떻게 고따위로 해석 하냐. 매서운 겨울바람에 마른 입술을 혀로 한번 슥 훑으면서 남길은 그렇게 신경질을 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승호는 오히려 키득키득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기분이 좋았다. 함께 있으면 느껴지는 묘한 해방감이 좋았다. 그래서 수업시간 때마다 다른 곳으로 튀어서 선생님을 불러내고 싶어 하는 것이겠지. 어쩌다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걸까. 그렇게 의문을 품어도 보았지만, 굳이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수업종이 쳐서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복도인지라, 남길은 반 토막 정도 남은 담배를 손에서 놓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간 중간 혀를 굴려서 그런지 촉촉해진 입술 사이로 하얀 담배연기가 나오는 모습이 섹시했다. 그 모습을 놓칠 리 없는 승호가 다급히 남길을 불러 세웠다.


"선생님."
"왜. 야, 그런데 수업 종 벌써 친 것 같은데 너 어떻게 들어가려고 그러냐."

"저 먹고 싶은 것 생겼어요."
"뭔데. 오는 길에 매점도 있었구만, 학교 다 들어와서 그러면 어떡하라고. 방과 후에 사줄 테니까 말해봐."

"방과 후 말고, 지금 주시면 좋겠는데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승호는 뛰듯이 바싹 다가가 남길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한 손에 아슬아슬하게 담배를 잡은 채, 막 빨아들인 연기를 뱉으려던 남길은 잔뜩 당황한 눈을 커다랗게 치켜 뜰 뿐이었다. 자기보다 10cm는 클 것 같은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는 키스를 하기 위해 잡아당기는 건 생각보다 훨씬 짜릿하다고 승호는 잠시 감탄했다. 그리고 채 한 뼘도 떨어져 있지 않던 입술이 맞닿으려고 할 때였다.


"아야야! 아파!"

담배를 잡지 않은 손이 냅다 승호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생각지도 못한 아픔에 소리를 지르는 승호에게 금세 여유를 되찾은 남길이 담배 연기를 훅 뿜었다. 갑작스레 들어오는 매캐한 연기에 놀라 콜록거리는 승호를 보고 씩 웃으며 능숙하게 창문 난간에 비벼 끄면서 말한다.


"담배가 피고 싶다는 거였으면 2년 더 기다리고. 그게 아니라 다른 뜻으로 한 거였으면 나가 죽어라."
"선생님, 진짜 너무하잖아요!"

"시끄러워. 너 9번 이겼었냐? 방금 담배연기 먹게 해줬으니까 이제 8번 남았다. 숫자 다 채우고 싶으면 수업 빼먹지 마. 학교가 다니기 싫더라도, 나한테 먹을 거 받아내야 하니까 꾹 참고 나오고. 알겠냐? 난 그럼 이만 들어간다. 너도 어여 교실로 튀어 가."


손을 홰홰 저으며 태연히 교무실로 들어간다. 텅 빈 복도에 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그 뒷모습을 보며 승호는 웃었다. 허탈하긴 했지만 어쩐지 유쾌한 기분이었다. 한껏 당황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렇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담담한 모습도 어쩐지 싫지가 않다. 

선생님이면서 학교 안에서 담배나 피고 말이야. 승호는 남길의 흉내를 내 듯 쯧쯧 혀를 차고는 곧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온 변명에 대해 궁리했다. 조용히 터지는 남자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새카만 재를 흩날리는 자그마한 꽁초만이 아까의 일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번외)

 

"그런데 선생님 교무실은 1층이 아닌데. 왜 거기로 들어가셨지? 뭐 할 일 있으셨나?"

...

"어머, 남길쌤.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머, 얼굴도 완전 빨개요. 혹시 열기운이라도 있으신 거 아니에요?"

"아오, 진짜. 내가 무서워서 원… 큰일날 뻔 했네. 아니 요즘 십대들은 다 저래요?"


*

100105
리퀘, 왕귤선녀님께.

...리퀘를 이렇게 오글거리게 썼다는 사실에 글 정리하다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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